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게임사는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변변한 회의실조차 없어 베란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전 직원과 둘러앉아 식사를 같이한 일도 적지 않았다.

폼은 나지 않지만 정은 넘쳐났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그런 인연은 서로 뜸한 연락에도 서운치 않았다.

이중 일부 대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떠났다. 하지만 게임에서 출발해 잔뼈가 굵은 이들은 또 다시 돌아왔다. 또 본다는 기약이 있었다.

얼마 전 조영기 CJ E&M 넷마블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그는 타 게임사 대표와는 다른 이력을 가졌다.

삼성전자와 CJ 인사부 등을 거친 엘리트로 게임업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문경영인이었다. 2007년 CJIG 대표와 2011년 CJ E&M 대표로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화려한 이력은 ‘딱딱하고 계산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다.

오해였다.

조영기대표는 게임에 관한 열정은 왠만한 게임사 창업주 못지않았다. 자녀들까지 대동해 넷마블의 신작게임을 테스트하고, 수시로 출시되는 새로운 모바일게임을 위해 주머니를 아끼지 않았다.

또 스스럼없었다. 공식자리는 물론 우연한 자리에서의 만남에서도 기꺼이 반가워했다. 그 정도는 ‘업무상’이라는 수식어를 넘어섰다.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CJ E&M 넷마블 본사에서 가진 퇴임식 수많은 직원들이 끝내 아쉬워했다는 소식은 그의 ‘진솔함’과 ‘인간적인 면모’가 괜함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전문경영인으로의 성과도 좋았다. 2011년 넥슨과의 분쟁과 신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했던 당시 CJ E&M 넷마블 대표로 넷마블을 일으켰다.

실적과 성과를 우선시 하는 요즘, 스스럼없는 조영기대표는 아쉽고 언제가는 게임업계로 돌아온다 ‘기약’이 없기 또 아쉽다. 그리고 담배를 권했던 유일한 게임사대표였다는 것도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