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쿨했다.

지난 8월 26일 한국 게임판에 적지 않은 소동이 있었다.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캔디크러쉬사가 등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서비스되 게임의 결제를 한국에서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의 고스톱-포커와 같은 사행성 조장게임에 대한 자율심의 요청에 대한 페이스북의 화답이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가 여러차례 페이북코리아측에 한국에서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게임물에 대해 문의했고 페이스북측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8월26일 페이스북은 한국에서의 모든 게임 콘텐츠 결제를 원천 봉쇄했다.

감히 한국 기업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이다.

감탄이 절로 났다. ‘이 보다 쿨할 수 있을까’

혹자는 말한다. 페이스북측의 막무가내식 결정이 아니냐고. 옳은 이야기다. 소비자를 우롱한 조치다. 그럼에도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 페이스북 '극약처방'

페이스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혹은 장터이다. 헌데 불량품이 팔리고 있으니 조치를 바란다는 한국 게임관련 단체의 요구(?)에 모든 게임의 결제를 원천봉쇄했다.

생각해보라. 좋은 물건을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결제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보고 만지는 것에 만족하라는 의미다. 또 백화점은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임을 하나하나 걸러내느니 게임을 더 이상 하지 팔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페이스북은 한국에서의 게임사업에 있어 개점휴업을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자비한 결정이다. 또 게임위에게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왜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일까?

여기에는 페이스북이 한국에 대한 시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아니꼬움과 귀찮음 그리고 저항이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최고 IT 기업으로 인터넷이 있는 지구상의 모든 나라와 이를 이용하는 사람을 고객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시골 장터와 다름없다. 게다가 게임이라는 상품은 카카오라는 대형 전문 유통업체로 인해 한국에서는 그저 그런 수입을 올리고 있다.

파리를 날리고 있는 사업인데 난데없이 한국 게임관련 민간단체가 사후관리와 게임물 심의규정을 앞세워 불량품을 운운하며 나섰다.

한국에서 정의되는 ‘불량게임’과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각종 게임규제, 일류 기업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분명 낯설었을 것이다. 또 귀찮았을 것이다. 전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유례가 없었을 테니.

비단 이것만 이상했을까?

대한민국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며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도 시대를 선도하며 전 세계 기업이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다. 게다가 문화콘텐츠 중 가장 해외 진출과 성과를 내보이고 있다.

게임콘텐츠 개발과 이용자 수준에 있어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 선진국, 그러나 이를 중독물로 규정하고, 법을 만들어 규제하려는, 또 검증되지 않은 사건을 게임과 연계해 게임을 악의 축으로 내몰려 하는 언론까지, 그들에게는 ‘이상함’이 아니라 ‘비상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 칼날이 페이스북으로 향하려 했다. 달가울 리 없다. 또 아쉬울 것도 없다. 그들의 극단적 선택 역시 이상할 것 없다.  
 
혹자는 말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악법도 법이니 따라야 옳지 않았냐고.

페이스북은 항변한 셈이다.

악법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게임 선진국에서 전개되는 세계적 흐름과 시대를 저버린 ‘미개한 정책’을 맞춰가야 하는 것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