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은 재미에 기반한 문화콘텐츠다. 2000년 초반 시작해 한국 게임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된 온라인게임과 다를 바 없다. 게임은 이용자에게 색다른 재미와 보상을 선사하며 시간 죽이기 혹은 가상 현실에서 우위를 뽐내려는 도구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요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장르가 다를지언정 모바일게임 하나 정도는 누구나 즐기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던 모바일게임에서 누구나 즐길 수 없는 게임이 늘고 있다.

캐주얼 혹은 보드게임에서 시작된 모바일게임은 점점 복잡해지고 무거워지고 있기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작품 뿐 아니라 각종 인기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작품에서 이는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

흥행의 잣대로 불리는 구글 플레이 인기 차트에서 인기무료, 최고매출 부문에서 오르는 대다수 작품은 RPG(역할수행게임)다. 점점 그 수는 늘고 있다.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까지만해도  레이싱, 퍼즐, SNG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즐비했다. 인기 RPG로는 '헬로히어로''클래시 오브 클랜' '몬스터길들이기' 정도였다.

'몬스터길들이기' 이후 출시된 '블레이드for kakao'가 출시된 2014년 2분기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별이되어라, 영웅의 군단 등 묵직한 작품이 잇따라 흥행하며 캐주얼 게임을 각종 인기차트에서 몰아냈다.

2015년 그마나 인기 순위 상위권에 있던 게임들마저 위협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5년 6월 현재 구글 플레이 매출 톱10을 유지하고 있는 캐주얼 장르는 '모두의마블for kakao' '애니팡2for kakao'가 전부다.  이전 흥행 캐주얼게임 애니팡 사천성, 쿠키런, 피파온라인3M, 캔디크러쉬 사가 등을 비롯해 야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게임도 이미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신작의 규모와 흥행도 예전같지 않았다. 2014년 이후 출시된 이름있는 캐주얼 게임은 '애니팡2''위드러너2''캔디 크러쉬 소다''다함께 차차차2' 등이다. 대다수가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던 모바일게임 시장 형성 초기 대흥행을 거둔 작품들의 속편이다. 전혀 새로운 IP를 찾기가 쉽지않을 정도다.

이중 전작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둔 작품은 '애니팡2'에 불과하다. 앞으로 출시될 기대신작에도 쿠키런2 정도가 고작이다.

스마트폰 보급을 통해 초창기 게임과 무관했던 이들을 끌어들이며 한국 게임 이용자 확대에 일조했던 '흔했던' 캐주얼이 지고 있는 것이다.

캐주얼 신작의 감소는 생산주체인 게임개발사의 기피현상에서 비롯됐다. 스타트업과 기존 메이저 게임사는 입을 모으고 있다. 캐주얼게임은 빠른 시간 다수의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RPG 등 미들 혹은 하드코어 장르보다 ARPU(객당가)가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게임개발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에 또 하드코어를 선호하는 퍼블리셔들이 늘고 있기에 캐주얼 제작은 쉽지 않다. 어디 이뿐인가. 투자를 이끌어낼라쳐도 캐주얼은 병맛과 다를 바 없는 장르다. 포화, 과잉경쟁, 빈익빈부익부로 일축되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는 당연히 '돈이 되는 게임'이다.

선데이토즈가 그리고  NHN엔터테인먼트가 얼마전 모바일 웹보드게임 출사표를 던진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가 아닐까 한다. 정부는 물론 보수 언론까지 게임산업의 폐혜를 들출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한국 게임산업의 아킬레스건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모바일게임 산업 성장과 확대의 기반이 된 '가벼움'은 이런저런 이유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씨가 말라가고 있다.

기억컨데, 대한민국 게임산업 역사에서 촉망받는 신생기업과 흥행대작의 탄생은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움에서 출발했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가 아니라 진부함과 새로움의 차이가 성공을 낳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