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플랫폼 사업자 입지와 韓 엄지족 확보 위한 전략

3월 31일 애플과 함께 오픈마켓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이 한국 게임개발사 해외 진출 지원을 골자로 한 발표회를 가졌다. 이례적인 일로 기대감이 컸고 또 실망도 안겨주었다.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구글코리아는 한국 게임개발사이 모를 리 없는 원론적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주된 취지인 한국 게임사의 글로벌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전 세계 190여국 329개의 이동통신사, 60여 개 파트너사들과 함께하고 있어 한국 게임사들이 구글 플레이를 통해 수월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게임 번역 기능을 통한 130개국 동시 출시, 카드 결제 이외에 이동통신사를 통한 결제 지원, 부분유료화(인앱) 결제 지원 등이 그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미 전 세계에 유력 게임퍼블리셔가 자리잡은 마당에 번역기를 통한 130여개 동시 출시는 어불성설이다. 또 게임은 문화콘텐츠로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단순 번역이 아니라 문화화가 뒤따라야 하는 산업이다.

구글 플레이 총괄 엔지니어까지 동원된 이날 행사는 액션플랜(실행계획)이 속빈 강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구글이 지원 정책을 밝힌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빼앗긴 오픈마켓의 주인자리를 되찾아 미래를 기약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서 발표했듯 한국은 전 세계 구글 플레이 매출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 매출에는 현행처럼 가도 별 지장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현행을 유지할 경우 한국의 엄지족을 손안에 넣지 못하게 된다.

보유 회원이 인터넷 사업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카카오와 라인, 아프리카TV 등 게임플랫폼 몰린 한국의 충성도 높은 열혈 유저들 빼앗긴 상황에서 구글의 미래 사업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시기적으로 볼 때도 구글의 게임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강화해 엄지족을 직접 끌어들일 수 있는 때다.

최근 대한민국 모바일게임 플랫폼의 절대지존이었던 카카오의 세력이 약화되고 있고 이를 겨냥한 신생 게임플랫폼 아프리카TV, 네이버의 밴드 등 새로운 게임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시장을 독점한 카카오는 점점 약해지고 있고, 신예들은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태로 구글이 직접 뛰어들어 플랫폼 사업자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다.

이를 위한 마케팅에도 돌입했다. 구글은 최근 한국 공중파 CF까지 동원해 ‘구글 플레이’를 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게임플랫폼 운영 기업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게임플랫폼 사업자’로의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한국 게임개발사가 아니라 일반인이다.

구글의 타깃은 한국 개발사가 아니라 엄지족으로 향한 것이다.

3월 31일 구글의 게임사업 발표회는 어찌 보면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내준 주인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도를 감추기 위한 쇼’이자 ‘미래를 답보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한다.